
조선시대 왕실 여성의 한복은 겉으로 보기에 단아하고 정제되어 있으며, 외형상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계급과 역할, 예법과 권위가 복식 속 미세한 디테일로 정교하게 구현되어 있었다. 옷의 깃선, 고름의 너비, 저고리 길이, 소매의 각도, 치마의 주름 개수 등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닌, 철저히 규율화된 상징체계였다.특히 왕비, 중전, 세자빈, 후궁, 상궁 등의 복장은 역할과 품계에 따라 눈에 띄지 않게 구분되었으며, 이는 왕실 질서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언어로 기능했다. 외부인이나 하위 궁녀가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긴 어려웠지만, 왕실 내부에서는 복식 디테일을 통해 서로의 위치와 경중을 정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궁중의 한복은 ‘정해진 형태를 갖춘 옷’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