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궁궐은 철저한 신분 질서와 예법에 따라 운영된 체계적인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궁녀는 단순한 시중이나 잡무를 도맡던 하위 계층이 아니었다. 궁녀는 왕비와 후궁을 직접 보필하고, 왕실 살림을 운영하며, 복식·음식·예절·출입 통제까지 수행하던 왕실 행정의 중추적 존재였다. 이처럼 궁녀의 업무는 단순하지 않았고, 역할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뉘었다. 놀라운 사실은 그러한 역할 구분이 입는 옷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이다.조선 왕실은 궁녀에게도 정해진 복식 규정을 적용했다. 이는 궁녀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며, 철저히 그 계급과 역할, 담당 업무에 따라 맞춰진 ‘시각적 정체성’의 상징이었다. 예컨대 음식 관련 업무를 맡은 수라간 궁녀와, 의복을 제작하던 침방 궁녀는 같은 계급일지라도 복장의 세부 디테일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