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궐은 정해진 법도와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폐쇄적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수백 명의 궁녀들은 왕과 왕비, 세자와 후궁을 보필하며 왕실의 일상을 지탱하는 존재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아하고 정숙해 보이는 궁녀의 복식도, 실상은 그들의 일상과 역할, 더 나아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세밀하게 구성된 복식 체계의 일부였다. ‘한복’이라고 하면 흔히 화려한 색상과 우아한 선의 미학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궁녀의 복식은 그러한 미적 요소를 넘어서, 실제 궁중 생활의 편의성과 계절에 맞는 기능성을 담고 있었다.궁녀들은 봄에는 봄의, 여름에는 여름의, 가을과 겨울에도 각각의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도 궁중 규율과 예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복식을 맞춰야 했다. 특히 궁궐은 외부보다 냉·난방 설비가 부족했던 구조였기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