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는 철저한 유교적 질서와 계급 구조를 기반으로 한 나라였다. 궁궐은 그 정점에 서 있는 공간으로, 모든 복식은 신분, 역할, 공간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구분하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그중에서도 내시(內侍)는 독특한 위치에 있었다. 남성의 신체를 지니되, 여성 중심의 내전(內殿) 공간에 출입할 수 있었던 유일한 남성 집단. 이들은 왕과 왕비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심부름을 하고, 비밀스러운 왕실 업무를 담당했지만, 결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그들의 말은 작았고, 걸음은 조용했으며, 복장은 더욱 절제되어 있었다. 바로 이 ‘복식’이야말로 내시의 정체성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였다. 특히 내시복에 사용된 소재와 색상은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조선 왕실이 요구한 질서·침묵·중립성·신분 표시를 시각적..